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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 수 1,043
안승섭
조회 수 : 2427
2009.11.13 (10:00:49)
의사와 환자,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병실에 같이 있게 된 기회가 있었다. 그 환자는 중상자였는데, 매우 심한 내출혈로 큰 고통을 받았다. 병실은 악취로 가득했고, 환자는 의식불명인 채였다.
의사는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면서 많은 량의 수혈을 하였다. 만약 이 수혈이 중단되면 환자는 죽게 되므로 의사의 표정도 절망적이었다. 의사는 답답한 마음으로 랍비에게 물었다. [지금 이 순간 랍비님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?]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. [지금 나는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. 다만 가느다란 혈관에서 붉은 액체를 흘러냄으로써 인간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어 간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.] 수혈이 멈춰지자 그 환자는 죽고 말았다. 의사는 기운이 다 빠진 몰골로 내게 구원을 청했다. 나는 <탈무드>의 이야기를 그에게 해 주었다. "유태인은 왕을 만날 때나, 식사를 할 때나, 일출 광경을 볼 때나, 그밖에 어느 경우에도 축복의 말을 한 마디씩 한다.이를테면, 화장실에 갈 때에도 축복의 말이 있다." 의사는 나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물었다. [랍비님은 화장실에 갈 때 뭐라고 말합니까?] 우리 인체는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. 하지만 그 중에서 몸속에 갇혀 있어야 할 것은 갇혀있고, 열려져 있어야 할 것은 열려 있어야 합니다. 만약 이것이 반대 현상으로 이루어지면 큰일이므로, 나는 언제나 열릴 것은 순조롭게 열리고, 닫힐 것은 순조롭게 닫혀 있게 해 달라고 기원합니다.] 이렇게 대답하자 의사는 감탄하듯 말하는 것이었다. [랍비님의 기도는 의학에서 해부학에 정통한 사람의 말과 너무도 같습니다.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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